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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맥협착증 진단받기까지 , 남편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던 그날( 실제경험담1편)

by 로얄제리 2026. 9. 25.

작년에 비해서 5월의 그날은 많이 더운 편은 아니어서, 그래도 봄의 끝자락 즈음에 있는 듯한 날씨였습니다. 아침저녁으론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낮에도 활동하기 그럭저럭 괜찮은 기온이었습니다.

저는 대전에 살고 있고, 대전에선 꽤 유명해서 대전시민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봤을 정도로 알려진 식장산 언저리에 우리의 자그마한 세컨드하우스가 있습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남편이 공들여 땅을 알아보고, 황무지를 개간하듯 맨땅에 작은 묘목을 심는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꽤나 그럴싸한 공간으로 탈바꿈되어 있는 곳입니다.


1. 대전 식장산 농장을 매입하게 된 계기와 금송 수목장 준비

처음 이 땅을 매입하게 된 이유는, 건강하시던 아버님이 담낭암 판정을 받으시고 치료하고 완치되는 과정에서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게 되면 모실 땅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에 서둘러서 토지 매입을 계획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대전을 벗어나지 않으니 집에서도 가깝고 여러 편의사항이 맞아떨어져, 남편의 농장은 판암 IC가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일찌감치 터를 잡고 여러 가지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수목장으로 모시기로 결정한 터라, 아버님 자리엔 소나무 중에서도 으뜸으로 쳐주는 금송을 심고 그 옆 어머님 자리엔 봄이면 알록달록 고운 꽃을 볼 수 있는 꽃나무를 심었습니다. 30cm 될까 말까 한 묘목은 어느새 훌쩍 자라 사람의 허리 정도, 혹은 어깨 정도 큰 나무가 되어 있었습니다.


2. 은퇴 후 로망이 담긴 세컨드하우스와 무공해 채소 일상

남편은 은퇴 후 매일 그곳으로 출근을 해서 시간을 보내다 오곤 합니다. 많은 남자들의 로망이 산 좋고 물 좋은 자연에서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갖는 자연인으로 사는 것이라 하는 만큼, 그런 면에서 남편은 그 로망을 이룬 셈입니다.

그렇다고 남편이 농사짓는 것에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나무와 꽃을 가꾸고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유일한 농사라는 게 있다면 우리 식탁에 올릴 상추와 겨자잎 등 쌈채소 몇 종류와 맵지 않은 아삭이 고추 몇 포기를 심는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그 몇 포기가 주는, 농약 하지 않은 무공해 야채는 기대 이상의 맛과 행복감을 안겨주곤 했습니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정갈하게 포장된 흠집 하나 없는 깨끗한 상태는 아니어도, 그 투박하고 소박함 속에서 맛보고 느껴지는 자연의 맛은 그 자체로도 충분합니다.


3. 식장산 농장에서 시작된 평온한 저녁 삼겹살 파티

5월이 막바지로 가던 그날도 우린 저녁으로 그 맛난 야채를 곁들여 삼겹살을 구워 먹기로 하고 농장으로 향했습니다. 아직 해는 충분하고 선선한 바람도 불어왔습니다. 이른 저녁을 먹기 위해 딱 좋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저는 금방 밭에서 따온 야채를 지하수의 손 시릴 만큼 시원한 1 급수 물로 씻어내고, 쌈과 고추를 찍어 먹을 쌈장을 담고, 마늘도 썰고, 남편은 불판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지글지글 기름을 내며 고기가 익어가는 냄새를 맡으니 갑자기 시장기가 확 돌았습니다. 노릇노릇 고기가 맛있게 잘 구워지고 우리의 삼겹살 파티가 시작되었습니다. 야채 듬뿍에 고기 한 점 얹어 마늘 쌈장 곁들여 볼이 미어져라 쌈을 싸 먹는 그 맛이란, 한국인만이 공감할 수 있는 세상 유일무이한 맛일 것 같습니다. 맛있게 고기를 구워 먹으며 소주 한잔까지 곁들인 저녁 자리가 무르익어가기 시작했습니다.


4. 갑작스러운 정적과 남편의 의식 불명 순간

1차로 허기는 달랬으니 2차로 남은 삼겹살을 잠시 후 다시 구워 먹기로 하고 불판의 가스불을 껐습니다. 우리는 옆으로 길고 높은 테이블을 앞에 두고, 등받이가 높은 손을 걸쳐놓을 수 있는 원목 의자에 각각 나란히 앉아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소소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내가 한참 하고 있을 때 아무 대답도 없고 갑자기 너무 조용한 정적이 느껴졌습니다. "뭐야, 왜 대답을 안 해?" 하며 남편을 봤더니, 남편은 팔짱을 낀 채로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평소에도 술에 취하면 졸다가 잠드는 게 남편의 술버릇이라, 벌써 취한 거야 하며 내가 팔을 툭툭 쳤는데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남편과 내가 마신 소주는 반 병도 되지 않는 양이었는데, 그 정도를 마시고 취해서 잠들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습니다.

 

'그럼 저 상태는 뭐지?'저는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와 그제야 일어나 옆자리의 남편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가슴에 귀를 대보니 심장은 뛰고 있었고 코로 호흡은 하고 있었습니다. 다가가 몸을 흔들고 이름을 부르며 깨워보기 시작했습니다.

"정신 차려, 지금 자는 거야? 나 놀려주려고 장난하는 거면 걱정되니까 그만하고 눈 좀 떠봐!! 일어나 보라고, 정신 좀 차려봐, 왜 이러는 건데."

큰 소리로 귀에 소리쳐보고 뺨을 때려보기도 하고 몸을 흔들어봐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감긴 눈이라도 떠보게 하려고 눈꺼풀을 올려봤더니, 눈에 초점도 없고 검은 눈동자는 보이지 않고 흰자위만 보였습니다.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몸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지고 내 심장이 마구잡이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을 깨우던 내 목소리는 점점 크고 거칠어지고, 목이 메어 꺽꺽거림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이건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지금 남편은 의식이 없다!!


5. 긴박했던 119 신고와 구급대 도착

저는 바로 119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 시간이 오후 6시 35분경이었습니다. 119 구급대원은 현재 남편의 상태를 물었고 평소 지병이 있는지도 물었습니다. 주소를 묻길래 정확한 주소가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아 삼정동이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었습니다. 이곳은 일반 주택이 아니라 찾아오기 쉬운 위치는 아니었고, 생각나는 대로 노인정 있는 위쪽의 농장이라 되는대로 알려줬습니다.

119 구급대원은 근처 도착해서 다시 전화할 테니 환자 상태를 잘 살피고 꼭 전화를 받으라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끊고, 나는 남편의 뒷목을 주무르기 시작했습니다. 119가 도착하기 전까지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의자에 몸을 세우고 앉아 있던 남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게 하고 어깨를 두드리고 뒷목을 누르며 내 손이 아플 정도로 주무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남편은 여전히 의식이 없고 잠자는 듯한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119 구급대원은 전화하고 10분 후인 6시 45분쯤 도착했습니다. 초조하게 기다리는 그 10분의 시간이 100분이 지난 것처럼 아득하고 길게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두 분의 구급대원이 도착하셨습니다. 혈압을 재니 저혈압으로 나왔습니다. 동공을 확인하고 병원으로 이송할 준비를 하는 동안 남편이 서서히 눈을 떴습니다. 깨어난 것입니다.

구급대원은 남편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이것저것 질문을 했는데, 횡설수설 엉뚱한 말을 하며 정신이 없어 보였습니다. 구급차를 타기 위해서 남편을 일으켜 세웠는데, 휘청휘청 걸음을 잘 걷지 못해 양쪽에서 부축한 상태로 구급차에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근처의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습니다.


6. 대학병원 응급실 이송과 경동맥협착증 최종 진단

병원에 도착해서 검사를 위해 대기하는 동안 남편의 의식이 완전히 돌아온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구급차를 타고 온 과정, 의식을 잃었던 농장에서의 일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CT 촬영과 MRI 검사를 하기 위해 남편은 검사실로 향했습니다. 남편의 정확한 병명은 '경동맥협착증'이었습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그날의 사건은 아찔하고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습니다.

👉 다음 글 예고 (제2편)
2편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알게 된 남편의 병, 경동맥협착증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고 그 일시적 의식 불명 증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원인과 정밀 검사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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