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중반이신 엄마는 두 차례의 낙상사고 이후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고 몸의 상태가 나빠지시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해오셨음에도 불구하고 골절로 인해서 움직임의 제한을 받게 되고 움직임이 감소한 채로 몇 달을 지내다 보니 체중이 줄고 근력이 약해지시는 게 눈에 보일정도였습니다. 입맛이 없으니 식사량은 더 줄고 기운이 없고 면역력은 더 떨어지고 감기에 걸려도 잘 낫지 않고 회복 속도도 오래 걸렸습니다. 거기에다 자꾸 깜빡깜빡하는 건망증도 더 심해지시기 시작했습니다. 엄마가 가장 걱정하시는 건강문제는 치매였는데 건망증이 심해지자 엄마의 걱정도 더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뇌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두뇌를 쓰는 것, 즉 독서, 두뇌 퀴즈,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활동도 중요하지만 뇌건강을 이야기할 때 간과하기 쉬운 것이 근육과 움직임(행동)에 관한 것입니다.
뇌와 근육은 서로 전혀 다른 기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뇌가 근육에 움직이라는 명령을 보내고, 근육과 관절에서 얻은 감각 정보는 다시 뇌로 전달됩니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근육과 움직임을 지키는 것은 단순히 다리 힘을 유지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뇌가 계속해서 몸을 움직이고 조절하며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1. 근육과 뇌,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근육은 뇌로 가는 영양 공급 공장
우리는 흔히 근육을 몸을 움직이게 하는 뼈를 받쳐주는 기관정도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신 내분비학 연구는 근육을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호르몬 분비기관"으로 정의합니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마이오카인(myokine)'이라는 물질이 분비됩니다. 이 물질은 단순히 근육에만 작용하는 게 아니라 혈관을 타고 뇌까지 전달되어,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새로운 신경 연결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근육 → 마이오카인 분비 → 뇌를 포함한 여러 기관에 신호 전달 →
전신 건강에 영향 (대사, 염증 조절, 뼈와 혈관 건강, 뇌 기능 등)
📌 BDNF(뇌유래 신경영양인자) 분비 촉진: 마이오카인은 뇌 안에서 '뇌 영양제'라 불리는 BDNF라는 단백질의 분비를 촉진합니다. BDNF는 뇌세포가 죽는 것을 막고, 뇌세포와 뇌세포를 연결하는 신경망을 새로 만들어냅니다.
📌 기억력 담당 '해마'의 재생: 나이가 들면 기억을 총괄하는 뇌의 '해마' 크기가 매년 줄어듭니다. 그러나 규칙적인 하체 근육 운동을 하면 해마의 위축이 멈추고 오히려 해마의 크기가 다시 커진다는 사실이 뇌 MRI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실제로 근감소증이 있는 60대 이상을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조사에서, 하체 근육량이 적고 악력이 약한 집단은 근육량이 정상인 집단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약 2배, 치매 발생 위험이 최대 1.5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즉, 근육을 키우고 지키는 것이 주사를 맞거나 영양제를 먹는 것보다 훨씬 강력하게 뇌에 직접적인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입니다.

2. 근육이 빠지면 마음도 병듭니다 (노년기 우울증의 숨은 원인)
나이가 들면서 이유 없이 무기력해지고 마음이 쓸쓸해지거나 의욕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 이를 단순한 '마음의 병'으로 치부하곤 하지만, 이 역시 근육 손실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근육이 우울증과 연결되는 이유
1. 신체활동 감소 → 뇌의 변화
근육이 줄고 근력이 떨어지면 걷기나 외출 같은 활동이 자연스럽게 줄어듭니다. 신체활동이 감소하면 뇌에서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여러 신경전달물질과 신경영양인자의 활동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 근육은 '마이오카인'을 분비한다
근육은 단순히 움직이는 기관이 아니라 운동할 때 여러 신호물질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이기도 합니다. 이런 물질을 통틀어 마이오카인(myokine)이라고 합니다. 일부 마이오카인은 운동과 함께 뇌 기능, 염증 조절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3. 만성염증이라는 공통 연결고리
노화와 함께 근육량이 감소하고 신체활동이 줄면 체내 만성 염증 수치가 올라가고, 이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행복 호르몬)'과 '도파민(의욕 호르몬)'의 합성을 방해합니다. 만성 염증은 근감소뿐 아니라 우울 증상과도 연관성이 있음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4. 근력이 떨어지면 자신감과 사회활동도 감소
걷기, 계단 오르기, 장보기처럼 예전에는 쉽게 하던 일이 힘들어지면 외출과 사람을 만나는 일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신체적 위축(근육감소) → 활동량 감소 → 사회활동 감소 → 우울감 증가
우울감 증가 → 활동량·식욕 감소 → 근육 감소
▲ 서로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집니다. ▲
3.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근력 + 인지 자극법
나이 들수록 '움직임'이 뇌건강에 중요한 이유는 활동량이 줄어들어 근육이 줄어들면 걷기와 균형 잡기, 방향 전환, 주변 상황에 맞춰 몸을 조절하는 등 뇌와 신경계가 몸을 조절하는 기회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운동을 특별한 건강관리 프로그램으로만 생각하기보다 매일 몸을 움직이는 생활 자체를 하나의 뇌 건강 관리 방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어도 됩니다.
아래 방법들은 근육과 뇌를 동시에 자극한다고 알려진, 시니어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동작들입니다.
| 방법 | 방식 | 효과 |
|---|---|---|
| 의자 스쿼트 |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기를 10회씩 반복 | 하체 근력 + 균형감각 동시 자극 |
| 숫자 세며 걷기 | 걸으면서 100부터 3씩 빼며 세기 등 인지 과제 병행 | 신체 활동 + 전두엽 인지 자극 |
| 하루 20분 걷기 | 무리하지 않는 속도로 매일 꾸준히 걷기 | 마이오카인 분비 촉진 및 전신 순환 |
| 손가락 운동 | 엄지와 다른 손가락을 순서대로 맞대기 | 소근육 강화 + 뇌 신경 영역 자극 |
4. 근육을 지키는 일이 곧 뇌를 지키는 일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힘이 약해지는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걷기와 움직임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외출이나 사회활동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 활동량이 떨어지면 몸의 활력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기분과 인지기능에도 좋지 않은 생활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근육을 꾸준히 사용하면 몸을 움직이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고, 운동 과정에서 근육과 뇌 사이에 다양한 신호가 오가면서 뇌 건강을 유지하는 데도 긍정적인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노년의 건강을 이야기할 때 근육과 뇌를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잘 움직이는 몸이 활발한 뇌를 만들고, 건강한 뇌가 다시 몸을 움직이게 합니다.
거창한 운동부터 시작할 필요도 없습니다. 매일 걷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앉기를 반복하고, 계단을 이용하고, 오래 앉아 있다면 잠시라도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노년의 건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한 번 더 걷고, 오늘 한 번 더 다리를 움직이고, 오늘 내 근육을 사용하는 작은 습관이 쌓여 앞으로의 몸과 뇌를 만들어갑니다.
근육은 노년의 움직임을 지켜주는 자산이면서, 뇌 건강을 지키는 생활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챙겨야 할 것은 기억력만이 아닙니다. 기억하는 뇌를 위해, 움직이는 근육부터 지켜야 합니다.
※ 이 글은 정보 공유를 위한 콘텐츠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처방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른 정확한 진단과 운동·영양 계획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