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편에서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필라멘트 각막염'이 무엇인지, 그리고 안과에서 겪었던 물리적 처치 경험을 나눠보았습니다.
영단어 필라멘트(Filament)의 사전적 의미는 '가는 실처럼 된 물체'를 뜻합니다. 안과에서 말하는 필라멘트는 점액과 손상된 각막 상피세포(눈표면 각막 및 결막의 가장 겉면에 있는 세포)가 실처럼 뭉쳐서 각막에 붙어있는 상태를 말하며, 이러한 필라멘트가 각막을 자극해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을 "필라멘트 각막염"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안과로 필라멘트를 떼러 갔을 때 떼어내고 난 각막의 표면에 상처와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면 소염제 안약과 먹는 약을 처방해 주셨습니다.
1편에서는 필라멘트의 주요 발생 원인 4가지를 요약해 보았는데, 이번 2편에서는 이 4가지 원인이 제 삶의 과정에서 실제로 어떻게 눈 상태를 악화시켰는지 저의 솔직한 경험담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 본 글은 작성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눈 상태에 따른 정확한 진단은 반드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원인 ① 안구건조증 갱년기로 심화된 기본 원인
앞서 저의 안구건조증은 갱년기를 시작으로 그 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없던 증상이 갱년기를 시작으로 갑자기 나타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누적되어 오면서 안구건조증이 심해지고 필라멘트가 더 잘 생길 수밖에 없는 눈 상태로 이어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눈물막의 수분층이 부족해지고 불안정해지면서 각막 표면이 쉽게 손상되고, 그 자리에 점액이 뭉치기 좋은 조건이 만들어질 때 생기는 것이 필라멘트이니만큼 안구건조증과 필라멘트의 연관성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원인 ② 콘택트렌즈 20년 착용 1980년대 공안과의 추억
저는 학창 시절 심한 초고도근시로 압축을 아무리 해도 두껍고 무거운 안경을 착용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고등학생 시절(1980년대) 콘택트렌즈가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에는 도수가 있는 콘택트렌즈가 안경을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하게 보이던 시절이었습니다. 한창 외모에 신경 쓰고 예민해지기 시작하는 사춘기 때 저의 투박하고 눈이 팽팽 돌 정도로 두꺼운 안경을 쓰는 게 미워 보인다고 아버지를 졸라 콘택트렌즈를 하러 갔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동네마다 안경점이 있던 시절도 아니었고, 서울에서 안과로 유명한 종로 공안과까지 가서 콘택트렌즈를 맞췄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버지와 종로를 거닐며 안과까지 같이 갔던 그때가 까마득한 옛일처럼 느껴집니다.
안경의 많은 불편함들을 콘택트렌즈가 해결해 주게 되자 그 후로부터 20년 넘게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며 지냈습니다.
처음에는 신세계처럼 좋고 편리하게만 느껴졌던 렌즈를 지속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착용하고 지내다 보니 눈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눈의 피로감이 증대되고 눈이 뻑뻑해지고 눈의 세균 감염이나 염증이 생기는 일이 잦아졌고 눈의 상태가 나빠졌습니다. 두꺼운 안경 착용의 불편함이 외관상으로 느껴지는 불편함이었다면 콘택트렌즈의 불편함은 눈 내부에서 오는 것이기에, 눈의 통증과 질환으로 이어져서 렌즈 착용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미 그때부터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는 눈의 상태가 되어가고 있던 것 같습니다.
원인 ③ 각막 수술 – 2000년 라식 수술과 20년 뒤의 후유증
각막 상처와 염증으로 더 이상 렌즈를 끼울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다시 두꺼운 안경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시력교정 수술이 대중화되기 시작할 무렵인 2000년(삼십 대 중반)에 강남의 한 안과 전문병원에서 라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당시 자장면 한 그릇이 3,000원 선이던 시절에 무려 30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인 수술이었습니다.
수술하고 마주했던 첫 광경의 그 느낌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세상이 이렇게 밝고 선명하게 보일 수 있다는 그 자체가 감동이었습니다. 라식 수술의 후유증에 대해 수술 전 병원에서 듣기는 했지만 그 당시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저처럼 고도근시인 경우 일반인보다 각막 절삭량이 많아 각막이 약해지고 손상될 위험이 더 높아지기에, 안구건조증이나 기타 다른 후유증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가 20년이 지난 지금 필라멘트 각막염으로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라식 수술 후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각막 변화와 안구건조증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개념도
※ 의학 자료를 참고하여 AI로 제작했습니다.
필라멘트 제거를 하며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예전 라식 수술 상처 때문에 필라멘트가 더 잘 생긴다"라고 하셨을 때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수술 상처로 각막 표면이 불규칙해지면 눈물이 고르게 퍼지지 못하고 특정 부위에서 끊기게 되며, 그 고인 상처 자리에 필라멘트가 계속 생성되는 구조라는 것을 이제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원인 ④ 눈꺼풀 염증 (마이봄샘) – 기습적으로 겹치는 불청객
앞의 3가지 원인들에 비해 빈도는 적지만, 일 년에 두세 번씩 결막염이나 각막염 치료를 받곤 했습니다. 눈물막의 기름층을 만드는 마이봄샘에 염증이 생기면 눈물이 쉽게 마르고 증발해 버려서 눈 표면이 손상되기 쉬워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런 시기에 눈이 평소보다 더 뻑뻑해지고 눈곱이 자주 끼면서 염증이 생겼고 동시에 필라멘트가 같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원인을 알고 나서 달라진 점
필라멘트 각막염은 단 하나의 원인이 아니라 [20년 이상 장기적인 콘택트렌즈 착용 + 25년 전 라식 수술 + 갱년기 안구건조증 + 마이봄샘 염증]이라는 복합적인 악조건이 겹쳐져서 발생한 결과였습니다.
원인을 몰랐을 때는 "왜 나만 이렇게 눈이 아플까" 지치고 속상했지만, 제가 25년 전에 받았던 라식 수술처럼 이미 오래전에 지나간 일이라도 지금의 증상과 연결되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필라멘트로 인한 저의 눈 상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어떻게 다스리고 관리해야 할지 치료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 다음 편 예고: [안구건조증 3편]
필라멘트 통증 완화를 위한
실전 처치법과 안구건조증 관리
꿀팁을 공유하겠습니다!
※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글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안내하는 글이 아닙니다.
안구건조증의 원인과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향은 반드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