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앞 편에서는 제가 직접 겪은 수술 준비 과정과 수술 당일의 경험을 전해드렸는데, 지금은 수술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입니다. 수술 다음 날부터도 바로 예전과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력이 점점 회복되고 눈의 상태도 나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수술한 우측 눈의 시력이 좌측보다 현저히 떨어진 상태였는데, 지금은 좌측보다 우측의 시력이 더 좋아져서 우측으로 시야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수술 전인 좌측과 수술 후 우측의 시력 차이가 나다 보니 겹쳐 보이는 현상이 있긴 하지만, 좌측 눈까지 수술하면 어느 정도 시력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백내장 수술을 받은 후 생활의 불편함이 줄어들고 일상도 더 개선되다 보니, 문득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86세의 연세로 30년 전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였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통해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30년 전 노인 백내장 인식과 수술의 한계
지금은 의료 수준이 더 발전하고 사람들의 인식도 개선되어서, 노화로 오는 백내장을 더 쉽게 검사하고 진단받고 수술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백내장 수술은 특정한 사람만 받는 수술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대중적인 수술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주변의 많은 부모님, 할머님, 시니어분들이 이미 수술을 받으셨고, 백내장 수술이 더 이상 낯설고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가 사셨던 그 시절에는 지금과 사정이 많이 달랐습니다. 백내장 수술 자체가 지금처럼 흔하거나 접근성이 좋은 치료가 아니었고, 어르신들 사이에서는 "나이 들면 눈이 침침해지는 게 당연하다"는 인식이 강해서 단순히 노화의 과정으로만 여겼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눈이 침침하다는 말씀은 하셨지만, 그것을 병원에 가서 확인해야 할 문제로 여기시기보다는 그냥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 정도로 받아들이셨던 것 같습니다

;※ 위 그림은 백내장의 진행에 따른 변화를 이해하기 쉽게 표현한 설명용 이미지이며,
실제 백내장의 진행 정도와 증상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2. 백내장 방치로 눈에 하얀 막이 생긴 후 병원 방문
할머니는 언제부터인가 눈이 침침하고 사람이나 물체가 잘 보이지 않기 시작했지만, 그것을 이유로 별도의 병원 검사나 진료를 받아보신 적은 없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몇 년이 지났고, 할머니의 눈에는 하얀 점막 같은 것이 눈에 띄게 보일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제야 가족들도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고 병원에 모시고 갔는데, 백내장이 너무 많이 진행되어서 수술을 하기에는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때 할머니 연세가 84세셨고, 당시만 해도 그 연세까지 사시는 걸 장수한다 여길 만큼 지금처럼 오래 사시는 어르신들이 많지 않을 때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는 의료 진단 장비나 수술 기법도 지금과 같지 않았을 시절이라, 백내장이 그 정도로 진행된 상태에서는 수술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굳이 그 연세에 수술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 할머니는 수술을 받지 못하신 채로 남은 시간을 보내셔야 했고, 돌아가시기 2~3년 동안은 백내장이 더 심해진 상태로 지내시다 86세의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3. 백내장 수술을 받지 못한 할머니의 일상생활
수술을 받지 못한 이후 할머니의 일상은 옆에서 보기에도 느낄 수 있을 만큼 눈에 띄게 더 불편해 보이셨습니다.
마치 눈에 하얀 장막이 덮여서, 그 장막 사이로 들어오는 미세한 빛으로 간신히 형체만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정도의 시력이셨던 것 같습니다. 가까이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일도 어려워 옆에 누가 와도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아셨고, 눈앞에 바짝 가져다 대고도 사물의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어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조금 더 빨리 병원에 모시고 가서 진료받고 수술받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습니다.
4. 백내장 수술 시기를 놓쳤을 때 생기는 위험 및 합병증
심한 백내장으로 인해 돌아가시기 전까지 불편함 속에서 살다 가신 할머니를 떠올리며, 저는 백내장을 오래 방치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인 진단은 아니지만, 여러 자료를 통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을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본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4-1. 수정체 경화로 인한 수술 난이도 증가
백내장을 오래 방치하면 수정체 안쪽이 점점 단단해지고 부풀어 오르는 단계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 이 경우 단순했던 수술이 고난도 수술로 바뀌게 되어 이를 제거하기 위해 더 많은 초음파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해진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눈의 내부 조직에 손상이 올 수 있고, 수술 후 눈이 심하게 붓고 회복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할머니의 경우 당시 백내장이 진행된 정도가 정확히 어느 수준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수술이 가능한지 아닌지는 시대에 따라, 그리고 개인의 눈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클 수 있어 참고 정도로만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4-2. 황반변성·녹내장 등 안질환 발견 지연
백내장이 많이 진행되어 눈의 혼탁이 심해지면 의사가 눈 안쪽 망막을 관찰하기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함께 발견될 수 있는 다른 안과 질환의 발견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합니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 녹내장처럼 보다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안과 질환의 발견이 지연된다면, 그 치료 과정도 어려워지고 합병증도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4-3. 시력 저하 및 삶의 질 감소
일반적인 의료 지식이나 상식을 많이 알고 있다 해도, 실제로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그건 말 그대로 그냥 아는 정도의 지식에 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어찌 보면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상의 사소한 행동을 자연스럽게 해 나갈 수 없을 때 생활은 의기소침해지고 행동에 제약을 받게 됩니다. 흐릿하고 침침한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 그 눈으로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걷고 움직이는 그 모든 일상의 행동들이 수많은 불편함과 어려움을 줄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고, 돌아가신 할머니도 그러셨을 겁니다.
이런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제가 알아본 일반적인 정보이며, 실제 진행 정도와 위험성, 그리고 수술 가능 여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을 통해 정확히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5. 백내장 수술 후 할머니를 떠올리며 든 생각
앞서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저는 시력이 점차 나빠지고 흐릿하고 침침함 속에서 살아가는 불편함으로 조금 이른 나이에 백내장 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수술을 잘 마친 후 할머니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할머니가 얼마나 힘들고 불편하셨을지 제가 직접 겪고 나서야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저희 아버지는 종종 말씀하시곤 합니다. 할머니 살아계시는 동안 더 편하게 해드렸어야 했는데 그리 못 해 드렸다 하시며, 제때 수술을 해드리지 못한 일을 지금까지도 마음에 두고 속상해하십니다. 다행히 저희 부모님은 두 분 다 백내장 수술을 하셨는데 할머니는 그러지 못하셨으니 더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지금과 같은 여건이었다면 수술에 대한 인식도 다르고 의료 수준과 의술도 좋아진 만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그런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돌아가신 할머니를 생각하면 저 역시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6. 안과 검진의 중요성
지금은 30년 전과 달리 백내장 수술이 대중화되고 접근하기도 쉬워졌지만, "나이 들면 원래 눈이 나빠지고 침침해지는 것"이라며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방치하시는 부모님이나 어르신들이 주변에 여전히 계신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원래 그러려니, 괜찮겠지" 하며 무심하게 지나치고 병원 방문을 미루다 보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고,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할머니와 저희 가족이 겪었던 시간을 통해 참고하시고, 선택에 도움이 되시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기억, 그리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글이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안내하는 글이 아닙니다. 개인마다 상태와 진행 정도가 다르므로, 정확한 진단과 수술 시기는 반드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