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초반인 엄마는 최근
몇 년에 걸쳐 두 번의 낙상사고를 당하셨습니다.
1. 예상치 못한 사고, 그리고 몰랐던 근육의 이야기
엄마는 제주도 여행의 첫날, 제주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지시면서 근처 구조물에 부딪쳐 갈비뼈가 골절되셨습니다. 지인과 함께한 여행인 만큼 본인 때문에 여행을 망치게 될까 걱정하시며 참기 힘든 통증 속에서 3박 4일의 여행을 보내셔야 했습니다. 팔이나 다리 골절과 달리 갈비뼈는 깁스를 할 수 없어 한여름 무더위에 흉부복대를 차고 지내셔야 했고, 엄마가 일상으로 돌아오기까지 서너 달이 걸렸습니다.
그러고 몇 년 후,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집 계단에서 넘어지시면서 온몸에 타박상과 팔 골절이라는 두 번째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저희 엄마는 운동을 안 하는 편이 아니셨습니다. 오히려 다른 어르신들에 비해 운동량이 많으셨습니다. 운동 인식이 부족했던 세대임에도 40대부터 걷기와 수영을 꾸준히 해오셨고 지금까지도 운동을 이어오고 계십니다. 하지만 고기류를 싫어하는 식습관, 소식이 가져온 영양 불균형, 유산소 운동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근육의 부족이 낙상사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근육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는 흔히 '근육'이라고 하면 헬스장에서 키우는 우람한 이두박근이나 보디빌더의 거대한 몸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근육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우리 몸 전체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핵심 기관입니다.

① 근육은 우리 몸 어디에 있을까요?
1) 뼈를 감싸고 있는 근육 (골격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근육입니다. 뼈와 관절을 둘러싸고 있어 몸을 움직이고 똑바로 서 있게 만듭니다. 팔, 다리, 등, 배, 엉덩이에 붙어 있습니다.
2) 장기를 이루는 근육 (내장근): 위, 장, 혈관 등을 구성하는 근육입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스스로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혈액을 보내는 역할을 합니다.
3) 심장을 뛰게 하는 근육 (심근): 평생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펌프질을 하며 온몸에 피를 돌게 하는 심장 전용의 특수 근육입니다.
② 근육은 어떤 일을 할까요?
1) 신체 이동과 자세 유지: 눕고, 걷고, 앉고, 물건을 들고, 고개를 숙이는 등 일상의 모든 동작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으로 가능해집니다.
2) 에너지 저장 및 대사 조절: 근육은 우리 몸의 '최대 포도당 저장소'입니다. 영양분을 에너지로 바꾸고, 혈당이 혈액 속에 남아돌지 않도록 소비해 줍니다.
3) 체온 유지: 몸속 열의 70% 이상이 근육에서 발생합니다. 추울 때 몸이 떨리는 현상은 체온 유지를 위해 근육이 열을 만들어내는 생존 반응입니다.
4) 장기 및 뼈 보호: 외부 충격 시 뼈와 내부 장기가 손상되지 않도록 에어백처럼 쿠션 역할을 해줍니다.
3. 노년층에게 근육이 더 필요한 이유
젊을 때는 운동을 덜 해도 근육이 급격히 줄어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40대 이후부터는 특별히 관리하지 않으면 매년 약 1%씩 근육이 저절로 줄어듭니다. 60~70대에 이르면 젊었을 때에 비해 근육량의 30~50%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처럼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급격히 빠지는 현상을 방치하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건강과 일상 전반에 큰 위험이 됩니다.
① '천연 에어백'의 상실과 낙상 위험
어르신들이 넘어졌을 때 큰 골절로 이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뼈가 약해졌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충격을 일차적으로 흡수해 줄 엉덩이, 허벅지, 허리 주변의 근육이 약해졌기 때문입니다. 근육이 튼튼하면 넘어지는 순간 순발력으로 균형을 잡거나, 넘어지더라도 충격을 완화해 커다란 부상을 막아줍니다.
② 성인병과 대사 질환의 급증
근육량이 줄어들면 섭취한 포도당을 제대로 소비하지 못합니다. 남아있는 포도당은 혈액 속에 쌓여 당뇨병을 유발하고, 지방으로 축적되어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복합적인 대사 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③ 일상적 독립성의 상실
혼자 화장실을 가고, 옷을 입고, 수저를 들어 음식을 먹고, 물건을 들어 올리고, 원하는 곳에 다녀오는 일상의 모든 행동은 근육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근육이 빠지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게 되며, 이는 어르신들의 자존감과 정신 건강에도 깊은 상처를 남깁니다.
4. 근육은 언제든 다시 키울 수 있습니다
엄마의 골절 치료 과정을 지켜보며 알게 된 긍정적인 사실은, "근육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극을 주면 다시 성장한다"는 전문의의 말씀이었습니다. 80세가 넘은 어르신이라도 적절한 운동과 영양이 공급되면 근육 세포는 다시 재생되고 강화될 수 있습니다.
근육을 지키고 키우는 일은 헬스장에서 무거운 덤벨을 드는 것부터 시작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움직임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 하루 한 끼 단백질을 챙겨 먹으려는 작은 습관
- 일상에서 소소한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꾸준히 실천하기
- 내 몸 상태를 늘 살피고 돌보려는 마음가짐
5.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
엄마의 낙상 사고는 저희 가족에게 큰 걱정을 주었지만, 동시에 근육의 중요성을 깊이 깨닫게 해 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노년의 부모님 건강이 걱정되시는 분들이나 스스로의 노후를 건강하게 준비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근육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2편, 3편으로 계속 이어가고자 합니다.
다음 편(2부)에서는 근감소증의 실체와 원인, 그리고 방치 시 발생하는 위험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